[대한건설신문 유경열 기자] 전문건설공제조합이 1988년 설립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 영향으로 조합원들의 경영상태가 악화되면서 조합영업실적 등은 저조해진 반면 보증사고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이 지금까지 지급한 보증지급액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9,350억원이나 된다.
이뿐이 아니다. 지금현재 청구액만도 작년 말 기준 5,500억원이나 된다. 따지자면 조합경영 잘 못이 아니다. 조합원들의 지나친 저가수주 후유증인 부실경영 상처다. 놀랄 일은 상황이 이 정도인데도 불구하고 조합이 크게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고 보증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달 20일 전문조합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강도 높은 경영합리화 카드를 내놨다. 고통분담 내용은 이런 것들이다. 먼저 긴축경영으로 경비10%를 절감하는 한편 자산효율성을 끌어 올린다는 내용들이다. 눈에 띠는 것은 경영합리화를 통해 5,500억 원대의 보증금 청구 잔액을 4,000억 원대로 줄이겠다는 대목이다.
이는 부실잠재요인을 내포하고 있기에 조합이 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조합이 제시한 합리화방안은 그런대로 괜찮다. 문제는 조합이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고 머리를 싸맨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외부환경과 조합원들의 동참과 협조가 있어야 한다. 먼저 건설경기가 풀려 조합원들의 경영상태가 호전돼야 하는 것이고 조합원들의 협조는 쉽게 말해 보증사고를 내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조합경영에 ‘콩 놔라 팥 놔라’ 하는 외부의 지나친 간섭과 개입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렇다고 방관하라는 말은 아니다. 조합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규정과 절차에 따라 경영상태를 들여다보면 된다.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일부 조합원들의 사심이 지나치다는 것이 문제다. 이해관계에 얽매인 잘 못된 정책결정이 엄청난 부실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또 하나의 악재는 전문조합이 지분율 80%를 갖고 운영하고 있는 충북 음성에 있는 코스카골프장이다. 수십억 원의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골프장의 가장 큰 문제는 주인이 없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영업전략 하나 없이 그냥 눈치로 굴러가니 적자가 안 난다는 게 이상하다.
손해를 보더라도 매각을 하든 아니면 재정비를 하던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전문건설업계가 ‘블랙홀’에 빠질 개연성을 다분히 안고 있다. 따지고 보면 골프장을 만들어 전문건설업계가 얻은 것이 별로 없다. 반대로 크게 상처만 입었다. 바로 조직 내 반목과 갈등이다. ‘통 큰 화해’가 필요하다.
전문조합은 몸집 만들기에 앞서 이 같은 악재를 걷어내지 않는 한 에너지는 없다. “고통분담은 조합원과 조합이 함께 성공의 길로 가기 위한 필수 생존전략이다”는 조합을 이끌어가고 있는 이종상 이사장의 말처럼 조합과 조합원 모두가 같이 미쳐야한다. 그리고 건실한 조합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착한경영’, ‘착한조합원’, ‘착한환경’, 이 삼박자가 맞아 떨어져야 한다.
또 보증기관으로서 신용도를 높이려면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와 총회의 대변신이 필요하다. 조합이 외치는 고통분담의 깊은 뜻이 이속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