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신문 유경열 기자] “인간의 언어로 인해서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눈멀어 왔고 귀먹어 왔는지 냉정하게 뒤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남의 얼굴만을 쳐다보다가 자신의 얼굴을 까맣게 잊어버리지 않았는지 돌이켜 보아야 한다” 법정스님의 명언이다. 왠지 가슴에 와 닿는다.
지난달 28일 논현동 건설회관 8층 대한건설협회 회의실에서 내년부터 시범적으로 시행에 들어가는 종합심사낙찰제에 대한 협회출입기자단과 건설협회 규제혁신팀들 간의 스터디가 진행됐다. 건설전문지 출입기자단의 요청으로 이루어졌다. 특정제도 시행을 앞두고 기자단과 협회의 이 같은 스터디가 이루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종합심사낙찰제가 무게감이 상당한 중요사안이니 만큼 기자들이 체면불구하고 공부를 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이다. 2시간에 걸친 스터디, 따져 캐묻는 것이 아니라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면서 배워 보겠다는 열띤 자세에 협회 관계자들이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상당히 바람직한 모습이다.
협회 관계자들 역시 관련자료 등 많은 준비를 했고, 종합심사낙찰제 시행을 앞두고 협회가 고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사실 또한 현장에서 확인했다.그동안 부실시공 원흉이자 건설업계에 고통만을 안겨다 줬던 최저가낙찰제의 대안으로 도입 한 제도가 종합심사낙찰제다.
종합심사낙찰제는 가격과 공사수행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낙찰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 공사수행능력· 입찰가격· 사회적 책임을 점수로 산정, 합산점수가 가장 높은 자를 낙찰자로 선정하게 되는 제도다. 이날 스터디는 가격산정 방식을 비롯해 설계변경· 하도급심사· 기준가격산정 등 전문가들 뺨치는 깊이 있는 내용까지 질문이 오가는 스터디가 진행됐다.
이처럼 스터디 내용도 중요하지만 사실 이 보다 값진 것은 “전문성을 살리자”는 기자들의 자세변화가 더 고무적이다. 그 이유는 전문지 기자하면 뒤따라 다니는 말이 있다. 바로 ‘광고기자’다. 전문지의 열악한 환경이 기자들을 광고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도(道)에 지나친 행동과 행위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기자역할을 해야 하는 데 기자행세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점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유도, 변명도, 할 말이 없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반성한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광고에서 자유로워진다? 솔직히 말해 어쩔 수가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 주기만을 바랄뿐이다. 다만 전문지 기자로서 소명의식을 갖고 또 정체성을 유지 하는데 흔들림이 없도록 하겠노라는 약속은 한다.
기자의 윤리와 책무 안에는 오만하지 않는 자세, 건설적 비판자, 편협하지 않은 자세, 공정성과 객관성유지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개인차에 따라 철학과 가치관이 다를 수는 있지만 언론의 중립은 어떠한 경우에도 훼손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늦었지만 뉘우치고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다짐한다.
기자단은 이번 스터디를 시작으로 관련현안에 대해 스터디를 계속 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뻔뻔스러울지 모르지만 기자들의 거듭남에 성원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