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신문 유경열 기자] “세상 참 많이 변 했다” “이 자세 이 분위기로만 가면 좋은데…건설업계도 희망은 있나보다” “전문건설업계의 위상도 많이 올라섰다” 이 말은 전문건설업계 사람들이 지난달 23일 대한전문건설협회 서울시회가 여의도 63컨벤션센터로 종합건설업체 임원들을 초청, 간담회를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전문건설업계가 변하고 있지만 일반건설업계도 변하고 있다. 전문 업체가 주축이 돼 구성된 건설상생발전위원회가 전문건설업계 처음으로 대형종합건설사 발주·공사관리 임원을 초청,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과거 같으면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뉴스감이 충분하다.
전문건설협회 서울시회가 매년 1군 업체 외주구매 담당팀장들을 초청, 간담회를 갖는 자리는 그동안 계속 있어 왔다. 그러나 상전과도 같은 원도급회사의 팀장들도 아닌 임원들이 전문건설업계 대표들과 자리를 같이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대림산업, SK건설, 한화건설, 태영건설 등 시공능력순위 50위권 이내 메이저급 종합건설업체 임원들이 자리를 했다.
전문건설업계는 간담회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업계애로와 개선사항을 건의하는 틀에 짜인 간담회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전문건설업계가 누구를 원망하기에 앞서 스스로 문제점을 찾아 ‘나’로 부터의 사고방식과 변화가 모든 문제해결의 시발점이 된다고 보고, 경청하는 자세의 간담회를 이끌어 간 것이 눈에 띤다.
과거 서로 얼굴만 맞대면 불평불만만 늘어놓던 분위기와 자세에서 벗어나 전문건설 스스로를 채찍하고 담금질 한 것이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에 충분했다고 본다.이날 서로는 최저가낙찰제와 실적공사비제도 폐지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저가수주로는 공사비절감이 될 수 없다며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최저가보다는 적정하도급 금액으로 우량업체에 물량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필요성이 있다는 대안도 내놨다. 또 임원들은 전문건설업체와 해외시장 동반진출은 현재로선 부족하다 꼬집고 전문건설업체 스스로가 해외진출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관리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훈수를 들기도 했다.
그리고 종합건설업체 임원들은 소통의 장을, 전문건설대표들은 상생협력과 고통분담을 주문, 건설산업의 미래를 같이 열어가자며 훈훈한 분위를 연출했다. 전문건설대표들은 전문업체의 70%이상이 하도급을 받아 시공하는 만큼 종합건설사와의 관계가 중요하며 업계 스스로 자성의 노력을 통해 동반자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가슴 찡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자리에서 어떠한 주문을 하고 또 어떠한 당부가 오갔나하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이 발전이기 때문이다. 이 것이 우리가 말하는 공생이다. 이 자리를 통해 원도급 회사 임원들은 직접 현장의 소리와 애환, 그리고 분위기를 읽었을 것이고, 전문건설업계 대표들은 종합건설업체의 생각을 조직의 영향력 권 안에 있는 임원들을 통해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갑을’관계를 떠나 건설산업을 이끌어 가는 서로의 역할이 있고 또 한 축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느끼면 그것이 바로 해법이다. 이제 원도급회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 군림하려는 자세는 모두를 수렁으로 몰아넣는 바보 같은 짓이다. 말 그대로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희로애락’을 같이 할 수밖에 없고 떼어 놓을 레야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이 원·하도급 관계다. ‘건설 백년대계’를 다지는 일에 원·하도급자가 따로 있을 수 없다. 못 된 관행을 청산하고 동반자로서 손을 맞잡는다면 ‘건설문화’의 새 지평을 여는 일이 될 것이다. 아우들이(하도급자)형들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시공에만 전념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다. 형(원도급자)들도 고통이 없잖아 많이 있다. 그래도 아우들보다는 났다. 내리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