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신문 유경열 대기자] 16개 건설단체가 “지킬 수도 없는 의무를 부과해 놓고, 사고 나면 처벌 하겠다”는 법안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대한건설단체총연합회(회장 김상수)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국회법제사법위원회·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에 제출했다. 건단련은 안전사고가 모두 과실에 의한 것임에도 고의범에 준하는 하한형의 형벌(2년 이상 징역)을 부과하는 것이 과연 맞느냐며 반문하고 나섰다. 아울러 법안이 시행되면 과연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건설업체마다 수십에서 수백 개의 현장을 보유하고 있어 2019년도 기준으로 볼 때 10위 내 업체의 현장수가 각사 270개에 달하고 여기에는 67개의 해외현장도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법안에 따르면 CEO가 개별현장을 일일이 챙겨 사고발생을 막아야 한다고 하는데, 위와 같은 실정을 감안할 때 현실적·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수준을 보더라도 선진외국에 비해 우리가 훨씬 높은 실정이라고 했다.
건단련은 사망사고 발생시 우리나라(산안법)는 7년 이하 징역인데 반해 ▲독일은 1년 이하 징역 ▲영국은 2년 이하 금고 ▲미국ㆍ일본은 6개월 이하 징역 등으로 우리나라가 훨씬 높다고 밝혔다. EU의 경우 처벌보다는 경제적 인센티브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대부분의 EU회원국은 안전관리비용·연구개발비 등에 대한 보조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은 연간 근로자당 최대 500유로까지의 안전비용에 대한 세금혜택 부여, 프랑스는 안전기술개발투자에 대한 세금혜택 부여 등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건단련은 사망사고 때문에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안전관리 노력이 매우 소홀한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법령에서 정한 것 이외에도 전사적 안전관리 차원에서 CEO의 특별점검, 무재해 펀드조성, 안전체험학교 건립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협력업체 지원을 위해 신규협력업체 대표자·현장소장 교육, 안전우수 협력업체 포상 등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건단련은 우리나라 산업안전 정책의 패러다임이 예방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 시설개선 등 안전관리에 투자하는 기업에게는 세제혜택 등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법령에서 정한 안전기준 이상의 안전을 준수한 경우 사고발생시 일정부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하고 있는 안전투자가 소모성비용이 아니고 언젠가는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적자만회를 위한 무리한 공기단축은 사고발생에 치명적이므로 적정공사비와 적정공사기간이 확보될 수 있는 법적장치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단련 관계자는 “중대재해 발생에 대해 기업이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면, 기업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돼 그야말로 기업의 운명을 운(運)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다”며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법안이 알려주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처벌만능의 법안제정을 쫓기듯 밀어붙이면 기업들은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다”며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