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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출신 35인의 이야기...'국토교통인의 향기'
  • 편집부
  • 등록 2023-01-18 15:3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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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를 견인한 중동건설① - 홍순길


▶중동건설 참여 기회를 포착하다


1970년대 들어 수출 드라이브에서 자신을 얻은 박정희 대통령은 중동에서의 건설공사 참여 기회를 포착했다. 1975년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1배럴당 2.8$대로 전격 인상했으니 온 세상은 난리가 났다. 그 무렵 우리나라는 연간 60만 배럴의 원유를 중동으로부터 수입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갑작스러운 유가 인상은 바로 나라의 재정 파탄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국가들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Black Gold)으로 제각기 국가기반시설 건설에 몰두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중동건설 시장의 모습이었다.

 

이미 미국과 유럽 업체들은 벌써 진출하여 많은 공사를 수주하고 있었는데 공사 단가면에서 놀라운 사실을 보고 우리 업체들은 놀랐던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건축면적 1평방미터에 미국 유럽업체들이 수주한 가격은 사우디리얄로 2600SR 정도였는데 우리 업체들은 2000SR 이하로도 충분히 수익이 보장된다는 판단이었다.

 

사우디 정부도 점차 한국 업체의 경쟁력 있는 가격제시를 환영하기에 이르렀고 많은 공사가 한국 업체에게 속속 낙찰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대형 공사 일색인 중동공사에 한국 업체가 참여하기에는 어려운 난관이 많았다. 공사 입찰에 필요한 입찰 보증과 이행을 보증하는 이행 보증이 어려운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업체들의 재정능력과 지불 보증수단의 결여 때문이었다. 이런 시장 환경을 놓고 박대통령은 중동건설 촉진을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어느 날 박대통령은 이낙선 당시 건설부 장관에게 시장개척을 위해 사우디 대사관에 중량급 건설 공무원을 배치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에 따라 월남 대사관에 있던 필자를 사우디 대사관으로 전보 발령하게 되었다. 그 무렵 한국 업체들은 월남과 동남아 지역에서 소위 미국식 공사 수행방식 즉 U.S. Standard에 익숙해 있는 처지였다.

 

▶건설공사의 U.S. Standard


건설공사의 U.S. Standard가 주축으로 이루어지는 중동공사가 우리 업체에게는 구미가 당기지만 대형공사를 수주하는데 필수인 재무구조의 빈곤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급기야 정부는 「해외건설 촉진법」을 제정하고 업체의 재정능력을 보강해 주는 주거래 은행의 지불 보증을 의무화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곧 정부의 도급 허가를 받는 업체에게 주거래 은행은 이유없이 무조건 지불보증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실로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재정 금융당국은 결사반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업체가 맡은 공사를 성실하게 제대로 마무리 하고 돈을 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미리부터 겁먹고 지불 보증을 꺼리는 것이 잘못이란다. 몇 달을 두고 반대만하던 금융기관은 결국 박대통령의 단호한 결단으로 촉진법이 빛을 보게 됐다. 그리고 또 대형공사 수주능력 제고를 위해 해외건설주식회사(K.O.C.C)를 설립하도록 하고 업체들의 해외 능력을 이 회사가 보강 대체하는 컨소시엄(Consortium)을 설립해서 커다란 성과를 보게 했다. 이와 같은 모든 촉진조치는 박정희 대통령의 건설부 연초 초도 순시과정에서 획기적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우리 근로자들이 주·야를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준 덕택에 우리 업체들이 발주자가 요구하는 시설물을 흠 없이 제때에 준공 인도했던 것이 큰 자랑이요, 우리의 명성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때 중동에서 벌어들인 외화는 바로 외환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게 할 정도로 발전했기에 「외환예치제」를 신설하는 일까지 있었다.

 

▶주베일(Jubail) 해상 항만공사


중동에서 한국 건설업체의 명성이 높아지고 인기가 고조되기 시작할 무렵, 사우디 정부는 아랍만(Arabian Gulf) 주베일 어촌에 초대형 항만공사, 즉 해안선에서 2~3km 떨어진 해상에 철제부두를 건설한다면서 30만 톤급 유조선 2척이 동시 접안 할 수 있는 초대형 해상부두를 건설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 공사를 위해 전 세계에서 해양 토목 전문 건설사 10개사에 참여 초청 할 계획을 발표한다. 일찍이 이 공사에 꿈을 둔 정주영 현대건설 회장이 사우디를 방문한다. 사우디 정부에게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사우디 위원회는 현대의 실적 부족을 이유로 참여 불가를 통보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필자의 집에서 유양수 대사와 함께 점심을 하게 된 정주영 회장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번 주베일 항만공사는 현대건설이 수주하기에 아주 잘 걸맞는 공사란다.

 

▶현대 정주영 회장의 꿈


현대 조선소도 있고 항만건설의 경험과 실적이 풍부한데 사우디 정부가 현대가 작은 회사라는 이유로 참가를 허가하지 않으니 되든 안 되든 입찰자격 신청이 거부되는 이유가 납득이 안간다며 이렇게 털어 놓는다. 정주영 회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유가 인상으로 인한 재정 형편이 어려워서 경제 부총리와 재무 장관이 미국 금융시장에서 구제 금융을 교섭하고 있는데 무엇 때문에 그런 식의 구걸 행각을 하는지”라며 “만약 이번 주베일 항만공사에서 현대가 참여해서 공사를 수주하게 되면 10억$ 공사금의 25%에 해당하는 선수금이 나오는데 그중 10%에 해당하는 1억$은 외환은행에 예치하고, 1억 5천만$로 공사준비에 쓰겠다”는 이야기다.

 

필자의 집에서 물에다 밥을 말아서 오이지를 곁들이면서 정주영 회장은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오늘의 현대를 이끌면서 무수한 시련과 난관을 극복했는데 그 어려운 고비 때마다 아버지의 꿈을 꾼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사우디로 오는 비행기에서 아버지의 꿈을 꾸었다면서 “만약 우리 정부가 외교 교섭을 통하여 현대에게 입찰 참여 기회를 얻어 준다면 입찰해서 공사 따내는 것은 자신있다”는 이야기다.

 

<대한건설진흥회 발간 ‘국토교통인의 향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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