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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 출신 35인의 이야기...'국토교통인의 향기'
  • 편집부
  • 등록 2023-01-18 15:43:26
  • 수정 2023-06-26 21: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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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를 견인한 중동건설② - 홍순길


▶정부의 훈령

 

KOTRA의 Telex를 통해서 유양수 대사에게 내려진 훈령은 무서울 정도였다(당시 대사관에는 Telex가 없었음).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0억$짜리 대형 항만공사를 입찰하려는데 전 경제각료와 사우디 대사는 현대가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사우디정부와 외교 교섭을 다 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당시 대사관이 있는 홍해 연안 젯다(Jeddah)에서 수도인 리야드(Riyadh)까지는 1200km,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지만 왕복은 꼭 하루가 걸리며 비행기 편도 자주 없었다.

 

▶사우디 건설교통부

 

그날부터 유양수 대사를 모시고 필자는 리야드를 수도 없이 왕래했고 발주처인 건설교통부를 불이 나게 들락거렸지만 결과는 실망스럽기만 했다. 현대건설의 자격 미달이 이유였다. 사우디 건설교통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하고 한국 건설부 장관이 사우디를 교환 방문하면서 교섭은 끈질기게 계속되었지만 결과는 역시 현대건설의 자격 미달이 이유였다. 많은 설득과 교섭이 진행되었지만 사우디 정부의 입찰 심사위원회를 설득하기에는 현대건설 능력이 미흡했던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하루는 건설교통부의 쌀룸(Saloum) 차관이 위원회의 회의록 한 장을 보여준다. 미국의 브라운 루트(Brown Root)사가 한국에서 부산항 확장 공사를 했는데 현대란 회사가 트럭 2대로 공사용 흙을 실어 날랐다는 아주 좋지 않은 내용이었다. 미국 버클리대학(U.C Berkely)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쌀룸 차관(박사)은 매우 안타깝다면서, “Mr. Hong, 이제는 우리 장관을 더 이상 그만 괴롭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대통령의 결의는 확고했고 이를 받드는 유양수 대사의 의지 또한 분명했다. 장관실에 가서 들어 누우란다. 타휙(Tawfig) 장관이 필자를 동생처럼 여긴다는 사실을 유양수 대사는 잘 알고 있었다. 대사관의 입찰자격 획득 교섭은 매일같이 일일보고 형식으로 정부에 보고되었다. 그때마다 정부의 지시(대통령 직접지시)는 한결같이 기필코 성취시키라는 것이었다.

 

돌발 사태도 있었다. 어느 날 타휙 장관을 만나러 청사 입구에 들어서니 수위가 가로막으며 못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이유인즉 쌀룸 차관이 필자의 출입을 금지하라는 지시란다. 세상에 남의 나라 외교관을 이렇게 실력으로 제지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자동차 한 대에서 장관이 내린다. 이 광경을 본 타휙 장관이 “웬일이냐?”란다. 설명을 들은 장관이 아무 말 안 하고 필자 팔을 잡고 장관실로 들어갔던 일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불가능을 가능케 한 박 대통령의 집념과 리더십은 정말 훌륭했다고 본다. 매일 같이 장관실을 드나드는데 하루는 이런 일을 목격했다. 필자가 있는 자리에서 장관이 차관을 불러들이더니 정색을 하면서 사우디말로 무엇인가를 지시하는 것 같았다. 장관실을 나서는 쌀룸 차관의 눈초리가 무서웠다. 그런 일이 있기 며칠 전 장관은 혼자 말처럼 카리드 국왕에게 특별구신을 해야겠다고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타휙 장관과 카리드 국왕은 메디나(Medina) 중학교의 동창생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쌀룸 차관이 필자를 리야드로 오라는 긴급 전화가 걸려왔다. 차관실에 들어서니 한 장의 입찰 초청장을 건네준다. 받고 보니 맨 밑줄에 ‘HYUNDAI KOREA’가 들어있었다. “만세!” 이 입찰 초청장은 현대건설 사우디 지사장 오진영 과장(후에 부사장으로 승진)에게 전달되었고 서울과 사우디에서는 모두 만세를 불렀다.

 

▶현대의 최저가 투찰

 

현대건설은 그 후 정주영 회장 진두지휘 하에 울산과 사우디에서 6개월간의 심혈을 기울인 투찰에서 9억 3600만$로 최저가 입찰자가 된다. 그러나 최종 낙찰까지는 산 넘어 산이었다. 참가 업체들의 반발과 집요한 방해에다가 사우디 왕실을 둘러싼 후견인들끼리의 갈등 등 여러 차례 꼬이기도 했지만 결국 현대건설이 최종 낙찰자가 된 것이다. 현대건설이 입찰 후 이 공사를 따내기까지는 많은 일화가 있다. 무엇보다도 박대통령이 나라 위해 결단을 내린 조치를 유양수 대사와 필자는 충실히 이행했다고 자부한다. 주베일(Jubail) 항만공사 계약이 체결되는 날 유양수 대사와 필자는 눈물을 펑펑 쏟으면서 대통령께 다음과 같은 전문을 KOTRA Telex을 통하여 구술 보고했다. “대통령 각하, 현대건설은 오늘 사우디 정부 발주 주베일 항만공사를 9억 3600만$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보고를 끝내고 젯다(Jeddah)의 대사관으로 돌아오니 벌써 대통령께서 보낸 축하 전문과 격려문이 도착해 있었다. 이 공사로 인해 현대건설은 세계 속의 현대로 우뚝 솟았고 한국의 건설 이미지는 세계시장에서 크게 각광받게 된다. 주베일 항만공사의 성공적 수주 이후 현대는 재계 랭킹 2위에서 1위로 올라서게 되었다.

 

▶외환예치제도

 

이 외에도 박 대통령의 해외건설 촉진조치는 많이 있다. 해외 공사로 벌어들이는 외환 규모가 너무 커서 외화 처리문제가 골칫거리가 된 일도 있어 「외환예치제」를 신설하여 외환 인플레이션을 막게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말하자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국내에서 외화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으니 이것을 막기 위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외화는 해외공사 수행을 위해서만 인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다른 목적을 위해서 원화로의 환전을 금지시키는 조치이다.

 

▶ 해외공사의 중단 시비

 

외화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는 나머지 국내 일부에서는 외국의 과자류를 수입했던 일도 있었다. 해외공사에서 벌어들이는 외화가 넘쳐흘러서 해외공사 중단을 주장한 일부 재무경제 관리들의 주장을 박대통령은 정면 질책하기도 했다. 해외공사의 계속 추진 여부를 놓고 정부 부처 간의 논란이 심했으나 박대통령의 결단으로 해외공사는 계속하게 된다. 주베일 항만공사의 성공적 수주 이후 해외건설 초창기의 대통령 의지가 있었기에 오늘날 해외건설은 세계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 않은가. 국제입찰에서 단건 공사 100억$짜리가 수없이 한국업체에 낙찰되었고 담수화 공장, 많은 정유시설, 심지어는 원자력 발전소까지 최첨단 기술 집약 공사가 한국 기술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가. 실로 박정희 대통령의 혜안과 결단 조치는 우리 건설사에 크게 기록되어야 한다.

 

<대한건설진흥회 발간 ‘국토교통인의 향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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