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류형규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편집부
  • 등록 2016-04-18 14:46:46
  • 수정 2023-06-29 15:01:27

기사수정
  • 기계설비배관을 타고 에너지가 줄~줄 새고 있다
  • 건축물에너지 ‘소비·관리대응’ 별 관심 없어
  • 배관 단열 2002년 기준 아직도 그대로 사용
  • 흩어져있는 기술기준모아…성능위주접근을
  • 에너지성능강화는 국가과제…설비는 ‘찬밥’




건축물 에너지 절감과 온실가스 감축과 같은 글로벌 이슈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위해서는 건축물에서 낭비되는 에너지 요소를 파악하고 건축물 에너지 성능 강화를 위한 핵심기술 개발 및 합리적인 기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파리 기후변화총회에서 온실가스배출량을 2030년까지 37%까지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 최종에너지 사용량은 2014년보다 1.7% 증가한 2억1751만여 TOE를 기록했다. 마른수건이라도 쥐어짜야 할 판에 갈 길은 더욱 멀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정부에서는 2025년까지 모든 신축 건축물에 대하여 제로에너지빌딩 건설을 목표로 하여 건축물의 벽체 단열과 창호 단열을 강화해 왔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개발 사업과 실증 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특히 국내 건축물의 단열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중 외벽 열관류율의 변화를 살펴보면 1987년 0.58 W/㎡K에서 2013년 0.27 W/㎡K, 2015년 0.21 W/㎡K, 2017년에는 0.15~0.19 W/㎡K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창호의 열관류율은 1987년 3.37 W/㎡K 2013년 1.5 W/㎡K, 2015년 1.2 W/㎡K, 2017년까지 0.8~1.0 W/㎡K로 강화될 예정이다.


 


그러나 건축물에서 에너지 소비·생산·관리 측면에서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기계설비분야는 이에 대한 대응이 다소 뒤쳐져 있다. 기계설비공사표준시방서의 배관 등에 대한 단열 기준은 2002년의 기준을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으며 2011년에 1개 종류(고무발포 보온판 1종)가 추가된 것이 전부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의 일부 배관 단열재 생산업체 중에서는 배관 종류와 관경에 상관없이 동일한 두께의 배관 단열재를 생산하는 업체도 있다.


 


‘건축물의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에 나타난 에너지성능지표의 건축부문과 기계부문을 살펴보면 이러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유추해 볼 수 있다. 비 주거대형을 기준으로 건축분야는 기본 배점 50점 중에서 벽과 창호 등의 단열이 총 37점을 차지하는 반면 기계분야는 기본배점 39점 중 2점에 불과하다.


 


기계분야에 할당된 대부분의 점수는 난방 및 난방설비 등의 효율과 성적계수(COP) 향상 등으로 총 21점이 배정되어 있다. 닭이 먼저일까 계란이 먼저일까의 논란일 수도 있는데, 건축물의 에너지성능 향상을 위해 적용 범위가 넓고 까다로운 1~2점에 불과한 배관 등의 단열 공사에 관심을 두기를 기대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배관단열을 아무리 향상 시킨다고 하더라도 최대 2점 밖에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동안 현장에서 외면당해 온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건축물의 냉난방 배관 등은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건축물 지하주차장 천장을 지나는 배관 등은 자동차의 출입 통로에 의해 외기에 그대로 노출이 되어 있어 배관 단열 취약으로 인한 에너지 손실은 예상 외로 클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의 공조냉동공학회 ASHRAE 90.1 기준이 2010년 개정될 때, 건물 에너지 사용의 30%를 줄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배관과 닥트의 단열두께를 증가시켰고 최근 2013년도 개정판까지 유지되고 있다.


 


또한 영국의 BS 5422는 1990년에서 2009년 개정 시 최대 열손실 기준을 강화하여 약 33.17% 에너지절감이 가능한 단열두께 기준을 제정하였으며 표면 마감 방사율(ε), 단열재의 열전도율(λ), 관내온도(t) 등에 따라 단열 두께를 달리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영국의 단열재 생산업체들은 자사의 제품을 BS 5422에 맞춰 계산한 데이터 핸드북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간단히 주요 두개 선진국과 비교 해봐도 우리나라의 기준이 뒤쳐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4년 11월에 출범(2015년 3월 개원)한 대한기계설비산업연구원에서는 기계설비분야 기술기준 재정비를 위한 첫 번째 연구 주제로, 국내 배관단열기준 점검과 개정의 필요성을 검토하여 의미 있는 결과를 얻었다.


 


2개년 연구 중 첫 번째로 기계설비공사 표준시방서의 급탕관, 온수관, 증기관의 일반적인 경우(①조건 : 관수온도 61~90 ℃, 주위온도 20 ℃, 표면온도 40 ℃ 이하)를 대상으로 배관 단열 기준을 재검토하여 ‘열성능을 포함한 표면온도 30℃ 기준(안)’을 제안하였다.


 


연구원에서 제안한 개정(안)의 요점은 KS F 2803 5.1절 시공두께의 산출 중 ‘화상 방지 등 표면 온도가 정해져 있는 경우 보온재의 두께 산출’에서 인용된 기계설비공사표준시방서의 ‘표면온도 40℃’를 30℃로 낮출 경우, 미국의 ASHRAE와 영국의 BS 기준에 뒤지지 않는 열손실 방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수송하는 열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65A 이상의 관경에서는 오히려 더욱 강화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또한 배관이 위치하는 공간의 온·습도에 따른 성능에 기반한 단열설계 방법을 제안하였으며 이를 계산할 수 있는 간단한 계산 Tool을 제작하여 설계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향후 추가 연구를 통해 냉방 배관 등 다양한 조건의 기준에 대한 추가적인 개정안을 개발하여야 하고 건축의 경우와 같이 외기에 직접 또는 간접 면하는 경우 최상층 및 최하층과 같이 배관의 설계 및 시공 조건에 따른 성능위주의 설계로 발전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을 현장에서 배포하고 사용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 관련 전문가들과 제시한 기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기계설비공사표준시방서에 개정을 추진하여야 한다.


 


또한 단열두께 변경으로 생기는 제품생산과 시공현장에서의 문제점을 상호 검토하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필요에 따라서는 건축분야에서처럼 단계적인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연차별로 전략을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본고에서 주로 다룬 단열기준 외에도 건축물의 용도와 크기가 다양화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요구하는 기술기준이 고도화되고 있다. 또한 정부의 녹색건축물 조성 목표에 따라 기계설비, 건축, 전기, 그리고 다양한 신규 기술 등과 관련 제도와 기준들의 상호 유기적인 연계가 더욱 중요해 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흩어져 있는 현행 기계설비관련 기술기준에 대한 검토뿐만 아니라, 최신의 기술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고, 분야 간 상호 유기적이고, 과학적인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설비의 목적을 재인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사양적이고 지시적인 기준은 의미가 없다. 소방 또는 내진설계 분야와 같이 기계설비 분야 역시 성능위주의 설계가 가능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유경열 대기자의 쓴소리단소리
 초대석/이사람더보기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LH, 수도권 공공택지 미분양 주택 매입 확약 시행 LH가 수도권 LH 공동주택용지에 건설하는 민간 주택을 대상으로 미분양 주택에 대한 매입 확약을 시행, 주택시장의 안정화가 기대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19일부터 12월 31일까지 수도권 LH 공공택지에서 공급되는 민간의 미분양 주택에 대한 매입 확약을 진행한다고 밝혔다.수도권 공공택지 매입 확약은 지...
  2. 한국도로공사, AI로 만드는 ‘미래 고속도로’ 공모전 개최 한국도로공사(사장 함진규)는 19일부터 9월 18일까지 미래 고속도로와 휴게시설을 주제로 ‘AI로 만드는 미래 고속도로 공모전’을 개최한다. 이번 공모전은 생성형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미지 또는 영상을 제작해 참여 하면 된다. 공사는 미래 고속도로에 대한 창의적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4차 산업 인재 ...
  3. KoELSA, “반려견과 엘리베이터 이용 이렇게 하세요” 반려견과 함께 안전하고 행복하게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 홍보를 펼쳤다. KoELSA(한국승강기안전공단) 용인지사가 20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청과 함께 죽전역사에서 ‘허그해피펫(Hug Happy Pet)’캠페인을 전개했다.‘허그해피펫(Hug Happy Pet)’은 반려동물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이...
  4. LH, 뉴:홈 3D 인테리어 공모…6개 작품 선정, 시상 LH가 뉴:홈 정책을 쉽고 재밌게 알리기 위해 대국민 공모를 추진, 최종 6개 작품이 선정됐다. LH는 22일 LH 서울지역본부에서 ‘뉴:홈 3D 인테리어 대국민 공모전‘ 시상식을 가졌다. 이번 공모전은 공공분양주택 50만호 정책 브랜드인 ‘뉴:홈’ 정책 출범 2주년을 맞아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인 “오...
  5. 현대건설, 원전 전 분야 국제표준 인증…유럽 시장 ‘정조준’ 현대건설이 국내 건설사 최초로 원자력 발전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안전·품질 관리역량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으면서 원전 분야 글로벌 톱티어 수준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은 유럽을 비롯한 해외 원전 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현대건설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티유브이 ...
한국도로공사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