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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와 안전 그리고 선행
  • 유경열 기자
  • 등록 2015-10-15 10:4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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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건설신문 유경열 기자]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지난달 9일 5명이 숨지고 120여명이 다치는 의정부화재사고가 기억에서 사라졌다. 의정부화재사고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남긴 사건으로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먼저 밧줄 하나로 10여명을 구출한 간판시공업을 하는 이승선 씨의 얘기고, 또 하나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는 안전 불감증이 변한 것 하나 없이 그대로라는 사실이다.



먼저 ‘의정부화재의인’, ‘동아줄의인’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이승선 씨의 감동스토리다. 화재당시 민간인인 이승선 씨가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구할 의무는 없다. 아마 화마를 보고 있는 본인도 무섭고 두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주저하지 않고 밧줄 하나만을 들고 화마와 맞서 고귀한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시민들이 더 감동을 받은 것은 그 이후다.


 


어느 독지가가 3,000만원의 성금을 내놓았지만 이 씨가 정중히 거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을 두 번 감동케 했다. “생사를 넘나드는 긴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을 구해줬다고 돈을 받을 수 있나요. 모두가 내 부모 내형제 내 친구 같은데” 하면서 사양했다. 이 씨는 또 “사람 때문에 울고 사람 때문에 웃지만 그래도 사람이 희망이다”는 말을 남겼다” 어느 유명한 철학자나 성직자들이 말한 것보다 이 씨의 말은 더 없는 명언이다.


 


간판시공업, 그리 넉넉하지가 않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돈에 눈이 멀어 있는 물질만능주의 세상, 진정한 부자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써 달라”고 말한 바로 이승선 씨다. 이 씨는 명분이 분명한 돈을 뿌리친 셈이다. ‘희생과 봉사보다 더 고귀한 것은 없다’라는 진리를 이승선 씨는 남겼다.


 


승객을 버리고 도망가는 승무원들, 세월호 참사와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승선 씨와 같은 의인들이 많다. 이번 기회에 이 같은 선행을 확산시키는 분위기 조성도 생각해 볼만 하다. 다중이 모이는 광화문광장 같은 곳에 의인들의 희생정신을 기리는 기록물을 상시 전시해 ‘시민의식문화’를 고취시키는 것이다.


 


또 하나의 교훈은 우리는 눈만 뜨고 입만 띠면 ‘불조심’을 외쳤다. 그러나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는 모두가 손을 놓고 있었다. 이번에 대형· 고층아파트가 화재에 얼마나 취약한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문제는 불이 난 의정부 생활형아파트 같은 공동주택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민주택을 늘린다는 명분하에 이런저런 이유로 규제를 풀어 준 것이 문제다.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무분별한 규제완화가 화재사건의 중요원인이다 해도 할 말이 없다.


 


10층짜리 의정부화재사고 아파트와 같은 생활형공동주택은 소방법상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게 돼있다. 건물 간 간격도 아파트는 6m인데 반해 도시형생활주택은 1m이상이면 된다. 불이난 의정부공동주택은 1.7m에 불과했다. 외벽 또한 불에 약한 단열재 처리가 결국 화를 키운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단두대’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규제개혁을 외쳤다. 불필요한 규제는 마땅히 푸는 것이 동력은 물론 경쟁력을 살린다. 그러나 서민들이 먹고사는 생사가 걸린 문제, 특히 인명과 직결된 규제를 푸는 대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규제를 푸는 만큼 시민의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여하튼 의정부사고는 ‘규제와 선행’이라는 숙제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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