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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한국주택협회 정책본부장의 ‘숨통은 터 줘야’
  • 편집부
  • 등록 2019-09-07 12:32:09
  • 수정 2023-06-29 14:5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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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분양보다 더 두려운 것은 미입주다”
  • 전국 입주율 74.4%…지방 12.3% 더 낮아 심각
  • 대출규제 완화·거래세 인하…이사구조 길 터줘야
  • 분양가 제한, 주택품질 획일화돼…차별화 정책을



지금 주택시장의 최대 현안은 미분양주택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입주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7월 기준 전국 입주율은 74.4%로, 3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특히 지방 입주율은 서울보다 12.3% 더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계약금·중도금을 모두 납입했고, 아파트도 완공돼 입주가 시작되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아 새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 입주율은 2019년 2월 73.7%, 3월 75.9%, 4월 69.6%, 5월 78.7%, 6월 77.6%, 7월 74.4%로 하락 추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관련 규제강화가 지속되면서 올해 상반기 누계 주택매매 거래량은 31만 4,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2% 감소해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8월 22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규주택 수주 총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14.2% 줄어든 9조 4,992억원으로 집계됐다. 2014년(9조1,009억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이는 주택건설산업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을 여실히 증명해 주는 것이다. 국가적으로도 어려운 내수시장을 회복하는 데 장애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주택 거래를 막고 있는 대출규제 완화와 거래세를 대폭 인하하여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새집으로 이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17년 8.2대책으로 다주택자는 양도세를 기본세율에 10~20%p를 추가하여 중과했고, 조정대상지역 내 일시적 2주택자의 중복보유 허용 기간이 종전 3년에서 2년으로 단축되어 실수요 1주택자의 거래도 더욱 어렵게 됐다. 게다가 종합부동산세법 강화와 공시가격 상향 조정 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크게 증가한 반면에 양도세와 취득세 등 거래세는 전혀 인하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이사율은 연간 약 14%로 일본 4.3%의 3배가 넘는다. 이는 한국경제의 역동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며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과거 농경사회나 계급사회와 같은 구질서를 깨고 새로운 산업, 정보사회로 변화하는데 국민들의 의식구조를 전환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높은 이사율 예찬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가족이 이사를 하게 되면 가구는 물론이고 옷도 새로 사고, 각종 가전제품을 비롯해 자동차까지 바꾸는 경우가 많다. 국내 소비를 촉진하는 가장 확실한 촉매 역할을 함으로서 연관산업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둘째로, 주택정책도 차별화돼야 한다. 정부는 서울의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공공택지에 대해서만 적용하던 분양가상한제를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하겠다고 발표하고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주택시장은 수요에 따라 차별화돼 서민주택·중산층 주택·고급주택 등으로 구분돼 있다. 아울러 각기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분양가를 제한하면 주택품질도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이 짓는 서민주택은 비록 좁지만 공원과 인접하게 하거나 단지 환경을 쾌적하게 만들어야 한다. 또 가격에 대해서도 민감하므로 이를 고려해야 한다.


 


반면에 고급주택은 프레스티지(Prestige)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그 가격은 실질 가치에 비해 높을 수 있다. 고객은 비싼 프리미엄을 지불하고도 우월적 만족감만 충족시킨다면 가격에는 그리 민감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시장이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책당국이 가장 신경을 쓰고 보호해야 할 부분은 공공택지 내에 짓는 국민주택규모 이하 서민주택이고, 그 외 부분은 시장 자율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다. 지역별로도 청약과열의 위험성이 적은 지역은 수요억제 정책을 과감히 제거해야 한다.


 


와인의 예를 들어보자. 칠레산 와인은 값도 싸고 맛도 손색이 없으나 한 병에 평균 1~2만원이면 구매할 수 있다. 반면에, 유명 브랜드인 로마네 콩티는 한 병에 1~2,000만원 하는 상품도 있다고 한다. 가격 차이만큼 천배 이상 맛이 좋은 것은 아닐 테지만 천만원에 팔리는 것은 고객에게 품질이나 희귀성에서 나오는 프레스티지와 우월감을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게 보아 품질이 어느 정도 수준급 이상이면 진실된 와인의 맛은 그 가격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와 마시고 무슨 대화를 하면서 마시는 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고급동네·고급주택 역시 부러운 게 사실이지만 서민주택·중산층 주택에 살아도 누구와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이 행복의 기준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 주택시장의 각 부문별 특징을 받아들여 차별화된 정책을 도입하여야 한다. 이러한 차별화된 정책이 결국 거래를 원활하게 할 것이다. 거래세를 대폭 낮추고, 지역 또는 세분화된 주택시장별로 차별화된 주택정책을 구사하여 거래를 원활히 함으로써 주택건설산업이 어려운 내수경기를 진작시키는 데 기여토록 하고, 나아가 국가와 지자체의 세수 확보에도 크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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