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신문 유경열 대기자] 아직도 중소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맞이할 마땅한 대책도, 준비도 안됐다. 내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중재법) 시행을 앞두고 50인 미만 중소기업 열에 아홉(85.9%)은 유예기간이 최소 2년 이상 연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인 이상 50인 미만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50인 미만 중재법 대응실태조사’ 결과, 이 같은 주문이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80.0%는 ‘중재법 시행에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이에 반해 ‘상당 부분 준비가 됐다’는 응답은 18.8%,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곳은 고작 1.2%에 그쳤다. 중재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준비하지 못한 이유는 전문인력 부족, 예산 부족,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재법이 시행되면 고용인원 감축, 폐업을 고려하겠다는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곳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들의 절박감은 물론 체감하는 부담이 매우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유예기간이 연장되면 ▲근로자 교육 실시, 안전 문화 강화(38.0%) ▲노후시설 보완, 설비투자(18.9%) ▲안전 컨설팅 진행(13.7%) 등의 조치를 통해 안전관리를 확대해나가겠다고 한다.
반대로 노후 설비 개선 및 세제 지원,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컨설팅 확대, 안전전문인력 채용활용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처럼 중대재해 예방과 안전 문화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현장에서도 공감하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들이 중재법을 준수하지 않겠다며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사업주 혼자서 다양한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중재법을 보면 사망자 1명 이상,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하면 사업주가 처벌을 받는다. 사업주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사업주로서는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 영세사업장의 사업주를 구속하면 구조적으로 해당 사업장은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아야만 한다.
건설업계는 ‘안전보건관계 법령’이 한두 개도 아니고 ‘관리상의 조치’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그 개념 자체가 애매모호하고 막연해 사업주의 의무가 무한대로 확장될 소지가 많다고 한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재해는 대다수가 과실에 의한 것이다가 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의범과 과실범을 동일 방식으로 취급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 처벌이라는 거다.
“위반하면 처벌 한다”고 으름장만 놓을 일이 아니다. 그럴수록 소규모 영세기업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처벌 만능주의’는 근로자·사업주에게 손해를 가져다주기에 위험하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근로자도, 기업도, 사회도 안전하게 하는 거다. 중재법 시행, 유예기간이 최소 2년 이상 연장이 필요하다고 한다. 통 크게 한번 유예기간 연장해 주는 것, 근로자·사업주 모두에게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