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의 비중과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분쟁조정협의회에 지난해부터 메이저급 대형건설사들이 ‘분쟁고객’으로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S건설을 비롯해 D건설(3개사), H엔지니어링, L건설, G건설, P건설, H산업개발 등 국내 내놓으라 하는 대형건설사들이 피신고인 신분으로 분쟁조정협의회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전체 접수건수의 약 3%나 된다. 최근에는 설비건설업체인 J개발이 S건설을 상대로 해외공사에서 분쟁이 발생, 197억원을 접수, 조정 중에 있다. 이는 1985년 6월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설립 이래 단일금액으로는 최고금액이다.
이처럼 하도급자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가지 않고 분쟁조정협의회를 찾는 이유가 있다. 신고자인 하도급자들이 분쟁은 해결하되 원도급자들과 관계를 깨트리지 않고 싶다는 심정에서 분쟁조정협의회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하도급자가 공정거래위원회로 갈 경우 이때 원도급사의 이미지는 물론 때로는 감점 등 입장이 곤란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을乙)’의 입장에서 후환도 두렵고, 원도급자의 심기를 안 건드리겠다는 심사다.
이외에도 원·하도급자간 법적처리 이전 단계에서 신고인과 피신고인 간 쌍방협의를 통해 분쟁을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한 몫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울러 분쟁조정 후 후유증을 최소화 시킬 수 있고, 비용부담도 없고, 더 큰 장점은 신속한 해결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협의회를 찾고 있다.
분쟁사안은 주로 추가공사다. 현장에서 원사업자의 구두지시에 의해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던 설계변경과 추가공사 등 공식적인 절차 없이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하도급자가 법원에 소(訴)를 제기하지만 정당성 입증 등 근거자료 미비로 실익이 없다. 때문에 하도급자들이 분쟁조정협의회를 찾아 협의형식으로 문제해결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추가공사를 할 때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면 낭패 보기 십상이다. 물론 현장분위기가 계약서 운운하고 할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원하도급자간 추가공사지시 때마다 회의록을 작성 보관 한다던 가, 원사업자 본사 또는 현장으로 추가공사 계획보고서를 문서로 발송하고 보관해 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작업지시 녹취, 작업일보 작성 등 사진촬영도 한 방법이다. 근거자료도 없이 돈 달라고 떼쓰면 돈줄 사람 없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조정협의회의 비중이 커지면서 조사관들의 전문성이 절대적으로 요구 되고 있다. 과거 분쟁조정협의회는 노는 곳이라는 인식, 이제는 곤란하다. 자리나 지키며 어영부영해서는 대형건설사를 상대로 논리대응을 할 수가 없다. 분쟁조정업무에 대한 업무숙지 그리고 오랜 경험과 연륜이 필요하다. 쌍방 절박한 심리상태를 잘 이해하고 분위기 파악도 할 줄 알아야한다.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는 조정위원장1인에 변호사1인, 교수1인,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에서 회원사 3인과 직원 3명이 각각 파견, 분쟁조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분쟁조정협의회는 매년 약150여건을 접수, 약80%의 조정률을 보이고 있어 이름값은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1일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대통령 기관표창도 받았다. 건설하도급분쟁조정협의회, 가슴이 답답한 사람들에겐 ‘마지막보루’나 다름없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