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신문 유경열 대기자] “근로시간제도 개편은 낡고 불합리한 제도·관행을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이다. 근로자의 권리의식,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감독행정, 세 가지가 함께 맞물려 가야한다. 속도감 있게 제도 개편을 추진해 나가면서 위 세 원칙이 산업 현장에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사진)은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장관 브리핑을 통해 ▲근로자의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 보장을 위한 근로시간제도 개편 방안에 대해 이 같이 설명했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시간이 곧 성과가 되는 공장제 생산방식을 상정하여 주 단위 상한 규제 중심으로 운영돼 왔다. 2018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주 52시간제를 도입하였으나, 획일적·경직적인 주 단위 상한 규제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그 결과 현재의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자와 기업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약하고 날로 다양화·고도화되는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는 선택권과 건강권이 조화되는 글로벌 스탠다드 와도 맞지 않다. 산업현장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3년 만에 급격히 주 52시간제를 도입한 결과“라고 이 장관은 지적했다.
이 장관은 “많은 기업들이 위법과 적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서 소위 포괄임금이라는 임금약정 방식을 오남용하여 장시간 근로와 공짜야근을 야기하고 있다. 또 주 상한 규제에 집중된 제도 운영으로 근로자의 보편적인 건강권과 휴식권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못했다. 작년 12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5개월에 걸친 논의 끝에 이러한 문제의식을 담은 ‘근로시간 개혁과제’를 권고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연구회 논의부터 권고문 발표 이후까지 간담회, 토론회, 현장방문 등을 통해 제안했던 다양한 의견과 권고문의 취지를 존중하여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을 마련했다. 제도 개편의 지향점은 ‘선택권’, ‘건강권’, ‘휴식권’의 보편적 보장이다“고 이 장관은 밝혔다. 이 장관은 “70년간 유지되어온 낡은 틀을 깨고, 새로운 근로시간 패러다임을 구축하고자 한다. 근로자의 삶의 질 제고와 기업의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법·제도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이다.
이번 개편은 크게 네 가지 원칙 하에서 추진된다. ▲첫째,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 ▲둘째, 근로자 건강권 보호 강화 ▲셋째, 휴가 활성화를 통한 휴식권 보장 ▲넷째,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이다”고 제시했다.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현행 1주 외에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연장근로를 운영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선택지를 부여하면서 근로자 건강권 보호와 실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단위기간에 비례하여 연장근로 총량을 감축한다.
주 평균 근로시간은 월 12시간, 분기 10.8시간, 반기 9.6시간, 연 8.5시간 또한 근로시간 등 주요한 근로조건 결정에 있어 다양한 근로자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근로자대표를 제도화 한다. 1997년 근로자대표 개념을 도입한 이래 처음으로 근로자대표의 공정한 선출절차, 권한과 책무 등을 구체적으로 법제화 한다.
민주적 정당성과 대표성을 강화하고, 노사 대등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 근무형태·방식 등이 다른 직종·직군의 근로자들이 본인에게 맞는 근로시간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의사를 반영하는 절차도 만든다. 투명한 근로시간 기록·관리는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를 위한 필수적 선결과제이다. 연장근로 총량관리,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근로자 건강권 보호강화=‘3중 건강보호 장치’를 통해 근로자의 건강권을 두텁게 보호한다. △첫째, 근로일간 11시간 연속휴식 또는 ‘1주 64시간’ 상한 준수 △둘째, 4주 평균 64시간 이내 근로(산재인정 기준) 준수 △셋째, 관리단위에 비례한 연장근로 총량 감축을 의무화한다. 또한 무한정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소위 포괄임금 오남용을 발본색원(拔本塞源)한다.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은 기업이 근로시간을 비용으로 인식하게 한다. 스스로 근로시간을 단축하게 한다는 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근로시간 단축 기제이다. 역사상 최초의 기획 감독을 시작으로 IT·사무직에 대한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정확한 근로시간을 토대로 ‘일한 만큼 보상’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산업구조 변화로 확산되고 있는 야간근로에 대한 실효적인 보호방안도 강구한다. 보호가 필요한 야간작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건강보호 가이드라인을 연내 보급하고 실태파악을 위한 조사도 병행해 나간다. 또한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 결과 필요한 경우 근로시간 단축, 야간근로 제한 등 사후조치가 철저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내실화한다. 아울러 1차 산업근로자 등 취약 근로자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의 사각지대 해소도 추진해 나간다.
▶휴가 활성화 통해 휴식권 보장=우리는 OECD 국가보다 약 39일을 더 일하고 있다. 실 근로시간 단축과 온전한 휴식권 보장을 위해서는 “일하는 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간 연장근로와 휴가 사용이 금전보상(가산수당, 미사용 연차보상)과 연계되면서 “충분히 쉰다”는 문화가 형성되지 못했다. 현행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로 확대·개편하여 저축한 연장근로를 임금 또는 휴가로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기존의 연차휴가와 결합하면 안식월·한 달 살기 등 장기휴가도 가능하게 된다. 이와 함께 자녀 등·하원, 병원진료 시 시간 단위 휴가징검다리 연휴 단체 휴가, 10일 이상의 장기휴가 사용도 활성화 한다.
▶유연한 근무방식 확산=선택근로제는 근로자가 근로일과 근로시간을 결정하여 근로자의 시간 주권 강화에 가장 적합한 제도이다. 이에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을 전 업종 1개월, 연구개발 3개월에서 각각 3개월, 6개월로 확대한다. 아울러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본인에 대한 선택근로 적용을 요청할 수 있는 절차도 도입하고 체감 근로시간 단축과 일·가정 양립을 위해 재택근무 등 유연한 근무방식을 확산 한다.
이 장관은 “근로시간제도 개편은 낡고 불합리한 제도·관행을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핵심 과제이다”며 개편안 중 입법 사항은 6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40일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이번 정부 입법안은 경제규모 10위권인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게 근로시간에 대한 노사의 ‘시간주권’을 돌려주는 역사적인 진일보이다. 근로자의 권리의식, 사용자의 준법의식, 정부의 감독행정, 세 가지가 함께 맞물려 가야한다. 속도감 있게 제도 개편을 추진해 나가면서 위 세 원칙이 산업 현장에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