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건설신문 유경열 대기자] 건설현장에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수급사업자(하도급자)들이 원사업자로(원도급자)부터 하도급 대금을 못 받는 등 불공정하도급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가공사비 미지급, 설계변경, 부당감액, 비용부담 등 온갖 수법으로 원사업자들이 수급사업자들을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는 형국이다.
건설현장에서 수급사업자들이 이런 일로 분통이 터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건설현장이 존재하는 한 계속되리라 본다. 원사업자들 역시 발주자들로부터 우월적 지위에 눌려 피해는 물론 시달림을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발주자는 원사업자를,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를, 종속관계로 다루려고 하는 사고방식과 관행이 공사품질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한마디로 건설시장의 먹이 사슬 모양새다. 갖가지 제도와 규정이 있지만 안타깝게도 풀기 힘든 난제다.
공정거래조정원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간 건설하도급 분쟁조정 신청사건의 대다수가 하도급 대금미지급 관련 분쟁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정원에 접수된 건설하도급 분쟁조정 신청사건 총 1129건 가운데 하도급 대금 미지급 관련 분쟁이 787건 약 70%로,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은 설계변경 등에 따른 하도급 대금 109건 9.7%,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50건 4.4%, 부당감액 34건 3.0%, 서면미발급 30건 2.7%, 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 대금 25건 2.2% 순으로 나타났다.
하도급 대금 미지급 관련 신청금액만도 약 3868억원에 달한다. 이중 원·하도급자간 분쟁조정으로 수급사업자가 돌려받은 금액은 약 737억원 정도다. 대금 미지급 사유는 원사업자가 경영악화 등 자금사정을 이유로 수급사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공사대금 정산다툼으로 인한 것이 그 뒤를 이었다. 공사대금 정산 분쟁의 주원인은 추가공사, 현장상이, 공사 중 타절(계약해지) 등이다.
이 밖에도 공사하자 발생을 이유로 대금을 미지급 한 것이 26건 3.3%, 공상처리, 공사 중 발생한 제반 비용 관련 등 기타 사유로 인한 미지급이 62건 7.9%, 대다수가 원사업자의 ‘갑질’이다. 이처럼 수급사업자들은 하도급대금을 비롯해 추가공사비용 인정여부, 비용부담 등 다양한 이유로 손해는 물론 억울함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수급사업자가 부담하지 않아도 될 비용을 수급사업자들이 고스란히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해서 추가 공사를 할 때는 반드시 원사업자로부터 추가공사계약서를 서면으로 받던가, 아니면 작업 지시서를 받던가, 최악의 경우 녹취라도 해놔야 나중에 증거자료로 활용,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그러나 말은 쉽지만 현장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언감생심’ 어딜 감히”, 후환의 두려움 때문에 입을 못 연다. 다만 재치와 고도의 순발력이 필요할 뿐이다.
분쟁조정을 신청한다는 것도 수급자로서는 엄청난 용기와 각오가 필요하다. 자칫 하다가는 시장에서 말 많은 사람으로 찍혀 ‘왕따’를 당할 수가 있다. 이것이 건설강국의 어두운 그림자이자, 불치병이다. 정부의 더 강력한 개입과 역할이 요구된다. 부실공사를 사전에 차단하고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