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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인의 향기>1200톤, 200㎞ 대장정…정조 능행차 벤치마킹
  • 편집부
  • 등록 2024-06-08 18:52:52
  • 수정 2024-06-08 19: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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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로 위 1200톤의 기적, 초대형 중량물 운송길을 열다 - 전만경


인생은 ‘장애물 달리기’


세상에는 인생에 대한 다양한 은유가 존재한다. 묵묵히 달려나가는 마라톤, 우리의 하루 24시간, 그리고 때때론 농사나 미로에 빗대어지기도 한다. 누군가 필자에게 인생을 무언가에 비유해보라고 질문한다면, 필자는 ‘장애물 달리기’에 비유하고 싶다. 수많은 반대, 수많은 불가능, 수많은 걱정과 우려라는 각자의 삶의 허들을 넘는 박수받아야 마땅한 시간. 그것이 우리의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가 세상의 반대와 불가능을 담대히 넘어서는 데에 도움이 될까 싶어 필자의 짧은 경험을 남겨본다.


도로 위 1200톤의 기적, 초대형 중량물 운송길을 열다!


공직자로서 보람 있었던 일을 꼽자면, 원주지방국토관리청장 시절 춘천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위해 1200톤의 초대형 발전기 운송을 해냈던 일이다. 이 발전기 운송 건은 필자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일인 동시에, 가장 많은 반대에 부딪혔던 일이기도 하다. 당시 도로법상에는 도로시설물의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축하중 10톤, 총중량 40톤, 폭 2.5m, 높이 4.0m, 길이 16.7m로 운행제한 차량 단속기준이 제시되어 있었다. 


열병합발전소 건설을 위해 운송해야 했던 발전설비 제너레이터 등 주요설비의 무게는 1200톤으로 이 기준을 크게 넘어섰기에, 화물의 분리 운송을 원칙으로 허가받아 운행해야 했다. 그러나 운송사는 분리 운송시 발생할 수 있는 에너지효율 저하 및 결합 후 안전사고 발생 위험, 원천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분리 운송 불가입장을 내놓았다. 국민 안전 수호를 위한 도로법령과 국가산업발전 및 시민의 안녕을 위한 SOC 사업이 충돌하는 순간이었다.


분리 운송할 수 없는 1200톤에 달하는 초대형 중량물을 강릉항에서 춘천산단까지, 영동에서 영서로 200km를 이동해야 하는 대장정이었다. 어찌보면 수많은 반대에 직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춘천 열병합발전소 건설은 강원 영서지역 주민들께 더 시원한 여름, 더 따뜻한 겨울을 만들어드리기위해, 국가 에너지 계획의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임이 틀림없었다. 


그때 필자에게 해결의 실마리를 주었던 것이 정조대왕의 ‘능행차’였다. 정조는 서울을 출발하여 수원 화성행궁까지 1800여명의 인원과 800마리의 말을 이끌고 대규모 행차로 한강을 건넜다. 이런 대규모 운송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조 또한 크고 작은 문제들을 겪었을 것이다. 이때 정조가 선택한 해결방법이 운송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설비 구축과 진심을 담은 소통이었다.


정조는 시흥로(1번국도)를 건설하고 적은 비용으로 안전하게 한강을 건널 수 있는 배다리를 축조하였다. 또한 행차 때마다 배다리를 건너며 백성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적극 수용하였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이러한 정조의 능행차를 본받아 준비 69일, 운송 39일에 걸친 100여일(2016.07.26.~11.03) 간의 초대형 중량물 운송 프로젝트에 돌입하였다. 정조의 시흥로와 배다리처럼 국민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하는 시스템과 설비를 구축하였다. 전국 최초의 중량물 운송 비상대처계획(EAP : Emergency Action Plan)을 수립·운영하였으며 1065억원의 보험증권, 영업배상 가입, 시행사·운송사 공동허가 등을 최초로 추진하였다. 


또한 도로선형이 불량한 태기산 구산에서 실제 크기의 모듈트레일러 모의주행을 최초로 실행하여 중량물 운송차량의 통과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는 한편, 최첨단 지능형교통체계시스템(ITS)을 활용한 종합운송대책 마련 등 국민을 내 가족처럼 생각하는 안전운송대책 패러다임 제시에 심혈을 기울였다. 또한 운송사를 비롯한 유관기관, 지역주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였다. 


안전운송에 대한 능동적인 자세를 가지고 운송사와의 수차례에 걸친 회의와 토론을 통해 운송 프로젝트 수행을 위한 합의점을 찾아갔고 그 결과, 국민 안전과 국가산업발전을 위한 성공적인 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런 운송사 및 유관기관과의 협조와 많은 불편에도 불구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을 전해주신 지역주민들 덕에 1200톤, 200km에 달하는 초대형 중량물 운송 프로젝트를 무사히 완수할 수 있었다.


무언가의 끝은 ‘End’가 아니라 ‘And’라는 말처럼 원주지방국토관리청은 이와 같은 운송 프로젝트 수행을 마친 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였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제한차량 안전운행 TF팀’을 구성하고 프로젝트 수행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을 분석하여 사례집을 발간하였다. 그리고 절차를 매뉴얼화하여 국내의 모든 도로관리청과 공유하였다. 사례집 발간 이후에는 초대형 중량물 운행제한 허가제도 관련 개선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는 등 기존 관련 법령 및 규정 등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전달하였다. 모두가 너무 위험해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이 프로젝트가 오히려, 중량물을 더욱 안전하게 운송하기 위한 기준과 원칙을 만드는 데에 기여하게 된 것이다.


공직자로서의 마음가짐, 오직 국민을 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우공이산, 어리석은 사람이 산을 옮긴다.’라고 한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허들을 넘으려 애쓰는 일은 꽤나 어리석어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오직 국민을 위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겠다.’는 공직자로서의 마음가짐이 있다면 그 불가능을 깰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신속하고, 가치 있으며, 폭넓은 사고를 통해 ‘불가능의 이유’가 아닌 ‘가능을 위한 방법’을 도출해내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공직자라는 게 필자의 신념이다.


1960년 강원도 영월에서 태어나 60여년, 1986년 공직생활을 시작하고 36년. 필자 또한 수많은 인생의 허들을 넘어 지금 이 자리에 있다. 지난날의 허들이 남들보다 ‘높았다’, ‘많았다’ 감히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그 불가능의 벽을 넘어왔다. 초대형 중량물 운송 프로젝트를 완수한 원주지방국토관리청장 시절에도, 약 2조원의 예산 이월의 악순환을 해소했던 국가철도공단 부이사장 시절에도, 비로소 진흥업무의 조직체계를 갖춘 공간정보산업진흥원장으로서도 그렇다. 우리들 모두 각자의 허들을 넘어 소명을 다함으로써 새로운 시작으로 이어지는 인생의 레이스를 멋지게 완주하기를 소망해 본다.


<대한건설진흥회 발간 ‘국토교통인의 향기’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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